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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sendo

(Diary)새롭게 시작될 시간들_ 20121214

지난 금요일, (아마도 졸업식을 제외한) 마지막 대학생활을 앞두고 아침 일찍 나갈 채비를 했다. 시험이 있어 시계를 차는게 나을 것 같아서 책상위에 굴러다니던 시계를 집어들었는데 뭔가 어긋난 느낌이 들었다. 6시 3분. 6시 3분? 그 때 시각은 정확히 7시였고 결국 시계를 그대로 책상 위에 올려둔 채 집을 나섰다. 들인 공에 비해 발표와 시험을 완벽(?)하게 끝냈다는것 빼고 이날 하루는 생지옥이었다. 등교길은 꽁꽁 얼어 사람들이 넘어지기 일수였고 학교 버스는 10분이 넘도록 오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과 건물로 올라가는 언덕은 마치 에베레스트같은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올라가다 중간에 너무 힘들어 가만 서서 쉬려는데 몸이 저절로 뒤로 미끄러져 내려가 엄청나게 쫄았다ㅠㅠ) 교수님께서는 발표에 시험까지 친 마지막 날까지 수업을 진행하셨고 학교에서의 일정이 끝난 후 점심으로 컵라면에 삶은 달걀 한개를 먹었다. 게다가 내가 정말 원하던 회사의 인턴전형에서 광탈하고 4시로 미룬 학원 수업은 조금 짜증나는 일 + 잘못된 버스를 탄 죄로 한시간이나 늦게 되었다. 거의 울지경이 되서 학원 수업에 들어갔는데 선생님曰 '오늘 금요일이잖아. 책진도는 이미 끝났고 남은 시간동안 디스커션하는 날~'  당장 밖으로 뛰쳐나가 내가 무슨 죄를 지었냐고 소리치고 싶었다. 일어설 힘도 없어서 그냥 '헐...ㅠㅠ'하고 썩소만 짓고 말았지만...

그런데 곧 반전이 일어났다. 이 날 4시 클래스 학생이 한명밖에 안와서 디스커션을 나와 그 학생 둘이서만 하게 됐고 (같은 레벨이라해도 우리 클래스 사람들은 말도 잘 안하고 수준이 안맞아 답답했는데) 그 학생은 나와 수준이 딱 맞고 나이도 비슷하고 관심사도 같아 폭풍 대화를 했던 것이다. 선생님은 내가 거의 두달 학원을 다니는 동안 볼 수 없었던 엄청나게 행복한 표정으로 '오늘 완벽한 문장으로 너무너무 대화를 잘했다'며 기뻐했다. 뿌듯해하며 학원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한 남자애가 대 놓고 내가 예쁘다며 작업을 걸어왔다.(아직 죽지 않았어ㅠㅠ) 남자친구가 있다고 말해도 포기하지 않았다.(하지만 번호는 주지 않았음!) 게다가 평소 보고싶어했던 영화의 시사회에 당첨됬으니 참석하라는 전화를 받았고 뜬금없이 한국장학재단에서 2학기 추가 장학금이 지급되었으니 확인해보라는 문자를 받았다. 집에서 확인해보니 무려 61만 4천원이 입금되었는데 학기가 시작하면서 받은 금액과 합치면 결과적으로 내 이번학기 등록금은 면제였다.

여하튼 이렇게 인생사 새옹지마를 하루만에 LTE급으로 겪어서 그런지 토요일에는 앓아눕고 말았는데 시계가 멈춘 것에서 시작해 금요일 하루동안 겪은 일들이 모두 '너의 학생시절은 끝났으니 정신차리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금요일은 5년동안 이런일 저런일 겪은 것을 하루만에 다시 리마인드 함으로써 그 동안 내가 보내온 시간들에 연연해 하지 말고 이제는 학교를 벗어나 새롭게 시작될 하루하루의 시간을 뜻깊게 보내라는 의미의 하루였던 것 같다. 실제로도 졸업식을 제외한 내 마지막 대학생활이기도 했고. 아직 취업을 한것도 아니고 딱히 경제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또 그 날이 저 멀리서 올 기미가 없어보여도 실망하지 않고 내가 살고 있는 새로운 시간들을 즐겁고 재밌게 보내야겠다. 오후에 로이드에 들러서 약 갈면 새로운 시간들이 똑딱똑딱 펼쳐지겠군.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