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보고 듣고 느끼고

[책/ 리뷰/ 책/ 리뷰]먼지가 쌓이게 해서 미안해_ 2012년 한해 동안 구입해 놓고 읽지 않은 책들

'생텍쥐페리, 내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풍경과 상처', '나는 돌도끼를 쥔 신석기 사내들에게서 친밀감을 느낀다', '한 권으로 읽는 구름책',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 '바람의 그림자', '안철수의 생각', '일층, 지하 일층', '당분간 인간', '옆구리의 발견', 'Winnie the Pooh', '전락', '안녕 다정한 사람', '모르는 여인들', '7년의 밤'.

2012년은 어떤해보다도 책을 많이 읽고 영화도 많이 보고 가수 콘서트, 북 콘서트, 작가와의 만남, 강연회 등 문화적으로 충만했다. 특히 일주일에 한번은 서점에 갔을 정도로 책에 엄청난 집착을 보였는데 비좁은 책꽂이가 모자라 방 곳곳에 책을 산처럼 쌓아뒀을 정도였다. 하지만 많이 읽은 만큼 구입해놓고 먼지만 쌓이도록 방치해 둔 책도 많았다. 12월도 얼마 남지 않은 오늘, 올 한해 나에게 팔려와서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은 책들을 살펴보고 과연 올해가 가기전에 이 것들을 다 읽을 수 있을지 가늠해보자.

 

올한해 내가 구입했으면서 마지막 페이지를 보지못한 책은 총 15권(바람의 그림자는 하나로 보았음)으로 위의 사진과 같다. 정확하진 않지만 아래에서부터 위로갈 수록 최근에 구입한 순서이다.

1. 생텍쥐페리, 내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김보경 옮김/ 시공사

올해 초 생텍쥐페리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그의 책을 모두 모으리라는 다짐을 했었다.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작품 3권 정도를 한번에 구입했는데 그 중 유일하게 끝을 보지 못한 책. 제목 그대로 생텍쥐페리가 생전에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를 담고 있다. 책의 표지, 내지의 질감이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재질인데다 구성또한 깔끔해서 애지중지하는 책이지만 초반,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마리 드 생텍쥐페리(어머니)의 서문이 나를 미치게 해 생텍쥐페리의 편지를 보기도 전에 책꽂이로 직행하는 비운을 겪었다.

2. 풍경과 상처/ 김훈/ 문학동네

칼의 노래, 남한 산성, 내 젊은 날의 숲, 등 김훈의 소설에 한창 빠져있을 때, 그의 산문집도 같이 읽고 싶어서 구입하게 됬다. 처음엔 자전거 여행을 사고 싶었지만 이미 절판이라 구할 수가 없었다. 별 수 없이 대학내일 학생 리포터 시절 기자님의 추천으로 학교에서 빌려 읽다가 한페이지도 넘기지 못하고 반납하게된 풍경과 상처를 구입했다.  풍경과 상처를 끝까지 읽지 못한 이유는 내가  이 책을 감당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읽으려면 읽을 수야 있겠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결국 '이건 내가 좀더 나이를 먹고 철이 들고, 세상을 보는 눈이 깊고 현명해지면 읽어야겠다'고 다짐하고 책장을 덮을 수 밖에 없었다.

3. 나는 돌도끼를 쥔 신석기 사내들에게서 친밀감을 느낀다/ 김훈 외/ 섬앤섬

기분이 혼란스러울 때 서점에서 책을 사재기하는 습관이 있는데 덕분에 구입하게 된 책이다. 샛노란 표지에 특이한 제목과 '김인숙, 김훈, 박남준, 백가흠, 안도현, 윤대녕, 전경린, 하성란'이라는 다 알지는 못하지만 이름있는 작가들, '시인 작가와 더불어 내가 직접 만드는 책'이라는 카피가 마음에 들었다. 책을 구입한 날 굉장이 기분이 우울했던지 책 날개의 귀퉁이에 '20120530수 한 달의 마지막은 언제는 슬프고 아쉽고 두근거리고...'라는 오글거리는 멘트까지 적어넣었다. 책은 1월에서 12월까지 각 달마다 한명의 작가가 쓴 이야기와 그에 어울리는 사진이 있고 바로 뒤로 독자가 글을 채울 수 있도록 노트처럼 구성해 놓았다. 글은 짧고 노트가 많기 때문에 한시간이면 충분히 다 읽고도 남았겠지만 왠지 6월부터 천천히 작가들의 이야기를 읽고, 내 이야기를 채워나가고 싶은 마음에 아직 끝까지 읽지 못했다.

4. 한 권으로 읽는 구름책/ 리처드 험블린/ 정현선 옮김/ 사람의 무늬

미야자키 하야오가 자신의 애니메이션에 들어갈 구름만 스케치한 스케치북이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언젠가 미야자키의 스케치북처럼 다양한 구름이 그려진 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됬는데 3번 책을 샀던 날 함께 서점에서 발견하고 이 책을 구입하게 됐다. 투명 포장지로 봉해있어 구입 할 때 그 내용을 보지 못한 것이 실수였다. 잔뜩 기대에 부풀어 포장을 뜯고 내용을 보자마자 실망을 금치 못하고 책꽂이에 처박히는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동화같은 '이야기'를 상상한 내 기대와는 달리 이 책은 여러 종류의 구름에 대한 재미없는 '사실'만을 늘어놓고 있을 뿐이었다.

5.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 존 버거/ 김우룡 옮김/ 열화당

넬의 5집 Slip Away의 타이틀 곡인 '그리고, 남겨진 것들'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이민기가 창백한 모습으로 읽고 있는 책이 있다. 바로 존 버거의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이다. 뮤직비디오 안에는 책에 수록된 시의 한 구절만 나오는데 검색을 통해(요즘엔 안돼는게 없다니까.) 제목을 알아낸 후 서점을 뒤졌다. 하지만 이 책도 거의 절판이라 그냥 구할 수는 없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교보문고의 바로드림에 신청을 해놓고 거의 3주만에 책을 받게 됐다. 이렇게 어렵게 구한 책을 끝까지 읽지 못한 이유는 풍경과 상처를 끝까지 읽지 못한 이유와 같다. 부끄럽지만 지금의 나는 이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표지와 내지가 내가 좋아하는 재질로 되어 있어 틈틈히 꺼내 한두 페이지씩 읽곤 한다.

6. 바람의 그림자 1, 2/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정동섭 옮김/ 문학동네

독서 전문 블로그에서 평을 보고 난 직후 구입한 책이다. 사실 4월에서 6월까지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읽고 싶은 책을 사 놓고도 잘 읽지 못했는데 바람의 그림자도 시기를 잘못 타고나서(?) 먼지만 쌓이게 되는 굴욕을 겪었다. 책이 재미없다거나 그 내용을 내가 감당할 수 없었다거나 하는 이유가 아니라서 제일 미안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책이다.(사실 책의 내용은 황홀할 정도로 재밌는데 말이지... ㅠㅠ)

7. 안철수의 생각/ 안철수/ 김영사

발간되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책. 나 또한 시류에 편승해 이 책을 읽었고 한, 두챕터 정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읽었다. 읽으면서 그의 생각에 공감하고 존경심이 샘솟았지만 그가 나온 힐링캠프를 본 후 손에서 놓게 됐다. 안철수가 힐링캠프에서 한 이야기가 이 책에 모두 녹아 있었기 때문에.

8. 일층, 지하 일층/ 김중혁/ 문학동네

김중혁 작가를 좋아하는 내가 그가 신간을 발표하고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여러번 가졌을 때까지 책을 구입하지 않고 있다가 결국 마지막 북콘서트에서 출판사로부터 선물 받은 책이다.(당시 해당 출판사에서 인턴을 하고 있었다.) 단편집의 특성상 순서대로 읽지 않고 내 마음에 드는 제목의 이야기부터 골라서 읽다가 '당연히 다 읽었겠지'했는데 그렇지 않아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9. 당분간 인간/ 서유미/ 창비

10. 옆구리의 발견/ 이병일/ 창비(시선)

당분간 인간과 옆구리의 발견은 창비의 10월 북콘서트에 당첨이 되면서 구입하게 된 책이다. 북콘서트에 당첨이 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그날 다루게 되는 책을 사서 읽는 것인데 이 두 책은 콘서트를 하루 남겨놓고 사게 되면서 끝내 다 읽지 못하고 책 더미 속에 들어가게 됐다. ㅠㅠ 하지만 두 권의 책 모두 내가 좋았던 작품의 페이지에 싸인을 받은 데다 북 콘서트의 내용이 아주 좋았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집어 들게 될 것 같다.(당분간 인간은 단편 집이라 두, 세 챕터만 남았고 시집은 30분이면 완독이 가능하니까~^^)

11. Winnie the Pooh/ A. A. Milne/ PUFFIN

우연히 교보문고의 외국 서적 섹션에 진열 되어 있는 것을 보고 구입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이 어린이용 영어책을 보자마자 덥썩 집은 건 아니고 나름 며칠을 엄청난 고민 속에서 허우적거린 끝에 도저히 사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어 구입. 어린이용 책이라 읽는데 별 무리는 없었지만 이미 찌들대로 찌든 내게 순수한 숲속 친구들의 이야기는 흥미롭지 않아서 장식용으로 전락했다.

12. 전락/ 까뮈/ 유영 옮김/ 창비

창비의 새로운 세계문학 전집 시리즈는 너무 아름답다. (이에 대해서 나중에 자세히 포스팅 하려고 한다.) 표지의 질감과 디자인은 끌어안고 싶어 미칠지경이고 제목의 선정과 편집 또한 독특하고 훌륭해서 새로운 작품이 발간될 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모으는 기쁨이 살아있다. 전락은 창비의 세계문학 전집 시리즈 중 11번째 작품인데 얇아서 금방 읽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왠지 전락은 내게 있어 독서의 기쁨이 아니라 단지 책을 가지고 있다는 소유의 기쁨으로 전락해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

13. 안녕 다정한 사람/ 이병률 외/ 달

한번만 만나만봤으면 소원이 없겠는 이병률 시인이 여러명의 유명인(작가, 요리사, 가수 등)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 그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이 유명인(!)들이 쓴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함께 떠난 유명인은 은희경, 이명세, 이병률, 백영옥, 김훈, 박칼린, 박찬일, 장기하, 신경숙, 이적, 그리고 이병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무려 4명이나 참여해서 기대에 부풀어 책을 펼쳤는데 의외로 잘 읽히지 않았다. 그래도 '달'에서 나온 책의 특성상 집중하기 시작하면 빨리 읽을 수 있을 거라 예상한다.

14. 모르는 여인들/ 신경숙/ 문학동네

한때 신경숙 작가에대한 괜한 반발심에 그녀의 책을 멀리했는데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읽은 후 그녀의 왕팬이 되었다. 모르는 여인들은 카페 꼼마에서 문학동네의 리퍼도서를 반값에 파는 것을 구입한 것이다.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딱 하나의 이야기밖에 읽지 못햇다. ㅠㅠ 아직 구입한 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리라.

15. 7년의 밤/ 정유정/ 은행나무

이동진의 빨간 책방을 듣고 꼭 읽어야지 생각만 하고 있다가 얼마전에 동네 서점에서 구입한 책. 지금 읽고 있는 책이라 넣지 말까하다가 어쨌든 아직 다 읽은 것이 아니니 넣게 되었다.

 

 "아래의 책들을 올해 안에 모두 읽을 수 있을 까?"

1. 생텍쥐페리, 내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어머니의 서문만 넘기면 충분히 가능할 듯. 하지만 그 서문이 만만치 않아ㅠㅠ

2. 풍경과 상처- 남은 기간안에 내가 정신적으로 성숙해질 수만 있다면...

3. 나는 돌도끼를 쥔 신석기 사내들에게서 친밀감을 느낀다- 1월~5월 노트에 12월 이야기를 쓸 수 있다면...

4. 한 권으로 읽는 구름책- 이 것은 구름에 관한 재밌는 이야기라고 최면을 걸자.

5.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 내가 이 짧은 기간 동안 내적으로 성숙해 질 수 있을까?

6. 바람의 그림자 1, 2- 전기 장판과 잔뜩 쌓여있는 과자와 함께라면 가능함.

7. 안철수의 생각- 이번 대선에서는 물러났지만 다음 대선을 기약하며 끝까지 읽어볼까?

8. 일층, 지하 일층- 나는 이층에 살지만 역시 전기 장판과 잔뜩 쌓여있는 과자와 함께라면 가능함.

9. 당분간 인간- 전기 장판과 잔뜩 쌓여있는 과자와 함께라면 가능함.

10. 옆구리의 발견- 30분만에 완독해 주겠다.

11. Winnie the Pooh- 너무 커버린 나에게 너무 유치하지만 노력은 해보겠음.

12. 전락- 창비가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100권을 돌파하기 전에는 다 읽겠지.

13. 안녕 다정한 사람- 전기 장판과 잔뜩 쌓여있는 과자와 함께라면 가능함.

14. 모르는 여인들- 전기 장판과 잔뜩 쌓여있는 과자와 함께라면 가능함.

15. 7년의 밤- 전기 장판과 잔뜩 쌓여있는 과자와 함께라면 가능함.